화요일 서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첫 방문객들은 중간고사 대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축 늘어졌으나 기분이 좋은 중학생 용자들이었다. 용자들은 호기롭게 서가를 둘러보고 만화책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우리를 기다리는 모험은 세상 밖에 있노라!'하는 생각인지, 오늘 아침에 본 소세키의 문장 "박사가 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놈들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지."의 현현인지 아무 책도 사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오늘 거의 이야기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면 서점에서 일어난 모험담을 기록하여 그것으로 밥 한 끼 먹을 수 없겠다고 좌절하려던 차, 화요일의 귀빈, 서점극장의 은인, 훌륭한 본보기 그 자체인 분이 등장하였다.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서가를 호령하시기를, '시몬 베유와 엔도 슈사쿠처럼 영성을 깨우되 문체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와 같은 책을 달라'는 전언이었다. 이에 서점지기가 쩔쩔 매며 어떤 책을 제안하였으나, 그 제목은 손님과 라블레 사이 비밀로 붙인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여러 손님들과 방문객들이 교대로 오가던 점심 무렵.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어느 작가가 소리 소문 없이 책방을 방문하였다. 그는 알콜 중독 위험군인 자신의 벗이 금주 약속을 지킨 기념으로, 안동 소주 한 병 가격에 해당하는 책 두 권을 선물하기로 하였다며 다음과 같은 책들을 골랐다. 다무라 도시코의 『단념』과 다른 한 권, 그리고 자신을 위한 선물 한 권.
그날의 마지막 손님들은 존함의 초성조차 밝히기 어려운 고귀한 이인조였는데, 그 중 한 분에 관해서 유일하게 밝힐 수 있는 사실은 자신이 토베 디틀레우센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아직 모험을 본격적으로 떠나지도 않았는데, 어딘가 범상치 않은 위인들이 그 첫날부터 서점에 하나 둘 행차하자 서점지기들은 그들의 풍모와 언행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해도 세상에 남길 만한 진기한 일들을 엮어내고자 하는 자신들의 작업은 대성공일 것이 분명하다면서 기고만장해진 나머지 곧장 서점 문을 닫고 대흥역 인근 선술집으로 날아갔다. 거기서 그들은 저 라블레의 소설 속 거인들처럼 먹고 마셨다. 그들이 먹은 안주는 쌀, 면, 빵, 옥수수, 따뜻한 국물과 차가운 국물, 육류와 생선, 채소와 아이스크림, 산해진미와 우주에서 쏟아지는 별빛이었으며 맥주와 소주와 막걸리와 와인에 고량주, 사케, 라크, 위스키, 메스칼, 보드카를 주구장창 퍼 마셨으니 구독자가 몇 억 만 명이 되어도 이들의 위장을 다 채울 만큼 먹을 순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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