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첫 번째 정기공연 〈외투〉가 올라간 뒤 서점극장에서 새로운 공연이 있을 지는 아무도 몰랐다. 새로 공연에 올리고 싶은 소설의 목록을 읊어대는 서점지기가 있는 반면 우리 형편에 배우를 새로 섭외할 수도 없고 1인극을 또 하는 건 신선하지도 않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버티는 서점지기도 있었다. 그때 한 귀인이 나타나 서점지기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이며 말했다.
"서점극장의 진기한 연극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간 응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은 지쳐 있었고, 그래도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고, 때마침 몇 푼의 지원금을 노릴 수 있는 기간이었기에 일은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소설을 고를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외투〉는 서술자가 곧 연희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소설 그 자체가 대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만큼 1인극에 걸맞는 소설이란 없을 거야."
그들은 서가에 있는 7286만 5731권의 책을 모두 꺼내 읽어보았다. 아직 10만 권의 책이 남았을 때 서점에 한 마리 나비가 들어와 얼씬거렸고 나보코프의 〈감자 요정〉이 급부상했다.
"마술사가 필요해!"
여름이니까 추리 소설도 좋겠다.
"소리 없이 읽어도 재미있는데 소리 내어 읽으니 그 이상으로 재미있진 않은 것 같아."
〈황금 당나귀〉는?
"재미있지만 너무 옛 이야기일까?"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은 어떨까?
"이거 아주 좋군. 여름 휴가와 어울리고 배우에게도 부담이 덜해!"
〈변신〉?
"소설 그대로 공연하긴 쉽지 않아. 어떻게 벌레를 보여줄 것인가? 누구나 멋진 공연을 만들고 싶어하는 그 소설인데 굉장한 도전이 될 거야."
〈검은 수사〉는 어떨까? 어디 한 번 읽어보자.
"겨우 몇 문장 읽었을 뿐인데... 놀랍군. 배우에게 러시아 문학의 영혼이 깃든 것이 틀림없어."
아주 많은 소설들을 읽느라 천 일이 천 번 정도 흘렀을 것이다. 여전히 마음을 정하진 못한 채로 최후의 세 편을 선정하였다. 어쩐지 끌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접근하고 싶기도 하면서 도전 욕구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들의 마음이 여전히 갈팡질팡할 때 문학의 대심문관 마일로 마일로비치 선생이 털을 휘날리며 홀연히 나타났다. 서점지기들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최후의 결정을 내려주는 마일로 심문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세 편의 소설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세 번을 물어보았다. 순서를 바꿔가면서도 물어보고, 단어의 길이를 바꿔가면서도, 손을 바꿔가면서도 물어보았는데 마일로 심문관은 세 번 모두 〈검은 수사〉를 선택했다. 심지어 '검은 수사'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짧은 꼬리를 흔들어 대며 펄쩍 뛰기까지 했다.
"우리 같은 미물들이 마일로 심문관의 큰 뜻을 어찌 알겠는가!"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마일로 대심문관의 판결과 질서의 재편성》이라는 제목의 책에 상세히 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 그 책이 실재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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