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존경할 만한 손님들 중에는 매번 추천도서 성공타율을 매기는 엄격한 동네 손님이 있다는 점을 충동적으로 밝히고 싶다. 그분의 방문 원칙은 간단 명료한데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서점 문 밖에 주차한 뒤, 신간 매대를 쓱 둘러본 뒤에 입을 연다. 몇 권 좀 골라줘 보세요. 뭐가 재밌을까요? 취향에 잘 맞는 책을 추천받으면 일주일 내 재방문, 사간 책에서 그럭저럭 재미를 보면 그달 내 재방문, 하지만 맞지 않는 책을 사갈 경우 한 달 또는 반 년 넘게 함흥차사다.
"지난번 책은 어떠셨어요?"
"3할 5푼 7리!"
가까운 이웃나라의 어떤 작가를 추천받고 반 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던 손님은 모처럼 방문에 젊은 체홉의 추리소설을 읽고 바로 다음날 서점으로 곧장 찾아왔다.
"홈런!"
후속작으로는 아르투어 슈니츨러를 권했다. 한 주 뒤에 다시 왔다. 그 다음에는... 어떤 책을 권했는지는 비밀에 붙인다. 그분에게 가장 근래 책을 골라드렸던 한 서점지기는 몇 주 동안 소식이 없는 손님을 생각하다 문득 스스로를 강타자로 부를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타율이 낮더라도 홈런 한 방이 있는 타자가 무서운 거 아닌가?'
'아니, 동네 자영업에선 결정적인 한 방이 아니라 꾸준한 안타가 더 중요해.'
다음 타석엔 뭐든 칠 수 있을지, 다음 타석이 있기는 한 것일지 모르겠다.
"자, 다음 책을 추천하시지요. 골라줘 보세요."
"긴장되네요. 이 책 과연 잘 맞으실지."
"뭘요,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르는 거죠. 물론 재미없으면 당분간 안오겠지요. 하하하"
'그분이 근래 서점에 발길을 끊으신 지도 네 달이 되어가는구나... 『만년양식집』에 세운 연속 타석 무안타 기록이 깨질 것인가...'
오에 겐자부로 컬렉션을 주문하던 서점지기는 타율 분석가 손님과의 재회를 꿈꾸며 오늘도 다음 타석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