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의 마지막 영업일에 손님들은 줄지어 서점극장을 방문하였고, 한 해를 책으로 마무리하며 새해 복을 기원하였다. 어느덧 마감시간이 다 되었을 때, 서점에 거의 끝까지 남아 있던 누군가가 추천도서들을 포함하여 책을 세 권 결제했다. 서점지기가 말했다.
"방금 구입하신 책 세 권 중에 한 권을 골라 주시겠습니까? 아마도 그것이 오늘과 올해 마지막으로 팔린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손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콜리마 이야기』, 『다정한 서술자』,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중에서 신중하게 한 권을 골랐다.
"이 책으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책을 올해 라블레에서 마지막으로 팔린 책으로 삼겠습니다. 앞으로 6분 동안 서점에 누구도 오지 않는다면요."
손님은 주위를 돌아보았고, 서점에는 그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손님은 5시 54분에 기분 좋게 책방을 떠나갔다. 서점지기는 그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고골의 어느 소설에서 6분이란 시간 동안 벌어진 일에 관해 떠올렸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마침내 그들은 서점극장의 문을 닫고 오랫동안 떠나 있던 고장으로 돌아갔다.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도냐 키히데를 조카가 울면서 반겼다.
"고모님! 이제 또 서점을 열겠다느니 모험을 떠나겠다느니 하시면 안 돼요?"
마일로 삼촌도 건초 판사에게 말했다.
"인간아, 너도 이제 정신 좀 차리거라!"
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군통수권자의 기행과 참혹한 사건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했으며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 되어 곧장 새로운 모험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동소문 근처에서 그들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들렸으며 그들의 용맹과 지성에 걸맞는 모험을 했다는 기록 또한 아소정 터의 흙더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록들을 다시 판독해서 여러분이 읽어볼 수 있는 비망록의 형태로 전할 수 있을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고로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Vale!
〈도냐 키히데와 건초 판사의 비망록〉 8권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