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수도였다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염리동이라 불리었던 어느 지역에서였다. 근처에 왕의 섭정이었다는 흥선대원군의 별장이 있었다고도 하는데 쇄국 정책으로 이름 높은 인물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 곳에서 유독 세계적인 기운이 강하게 감지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마 20세기나 21세기에 있었던 무언가가 쇄국의 옹벽을 무너뜨린 것이 분명했다. 역시나, 미끄러지는 흙 소리를 들으며 흥선대원군의 별장 터 근방을 탐사하다가 깊이 파묻혀 있던 수상한 종이 뭉치를 발견했다. 거기엔 이 지역에서 쓰던 한글이 아니라 라틴 문자로 쓰인 놀랍도록 긴 글이 있었고 문장 판독기에 따르면 정확도 92.9%로 이베리아 반도의 에스파냐라는 나라에서 쓰였던 언어로 인식되었다.
도냐 키히데와 건초 판사의 비망록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확인해봐야 할 종이 뭉치의 가장 겉에 써 있던 라틴 문자들이 의미하는 바였다. 세계문학 혹은 광기라고 불린 어느 서점에서 벌어진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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