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냐 키히데와 건초 판사의 비망록
제 101장 모집 공고
‘〇〇,〇〇〇,〇〇〇’
이게 얼마인가?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나리! 장사한 지가 5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손가락으로 금액을 세고 있으면 어떡하십니까요!
이런 숫자들은 의미가 없어.
나리! 그렇게 책을 읽으시면서도 장부를 읽을 줄을 모르시니까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라구요! 저한테 약속한 극장은 언제 주실 거에요?
극장 같은 거야 우리의 모험이 완수된다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내 이미 약속했지 않느냐!
도냐 키히데와 건초 판사가 그렇게 옥신각신하며 장부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나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때마침 서점극장에 들어온 책에는 이러한 글귀가 적혀있었다.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이 아무것이나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오만하게 고개를 흔들며 ‘아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알았다. 나는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다.*
나리! 이러다간 정말 나앉게 생겼다구요!
건초 판사가 소리쳤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열세 번쩨 서점지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나는 도냐 키히데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그저 한 번 눈길을 던진 후 돌아앉았다. 저 인간들의 한심한 행태에 화가 치민다. 이 일터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나의 본심과 계획은 일단 뒤로 한 채 어서 빨리 구독자를 모집할 요량으로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냐 키히데와 건초 판사의 비망록 구독자 모집 공고…’
*: 크누트 함순, 『굶주림』, 우종길 옮김, 창, 2011